문경 쪽 청화산 우복동에 터를 잡은 지 5년이 되어서야 마이크로 한 세상에 관심이 커졌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서면 바로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있다.
문제는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에서 렌즈를 이용하면 대체로 정확한 이름을 바로 알 수 있다.
꽃을 보고, 검색하고, 이름을 읽어보고,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긴다.
산책으로 나섰지만, 마음은 온통 야생화에 꽂혔다.
원적사로 나 있는 원적골의 우복동길은 시멘트 도로이긴 하지만 숲을 관통하는 길이기에 나무 그늘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경사가 급하기에 오르는 내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원적사 바로 밑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보았다.
처음보는 이상한 버섯이다.
원형의 망사가 드레스 같기도 하다.
식용은 가능하나 섭취는 권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노랑에 홀렸고 그 위 검은색 포자 덩어리가 있는데 작은 벌레들이 가득하다.
바로 옆에는 생명이 다한 노랑망태버섯이 있어서 그 생멸을 함께 보게 되었다.
줄기에 드문드문 다리가 있고 자줏빛이 돌아 꿩의 다리와 비슷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곳곳에 널려 있다.
가늘고 긴 실 같은 수술과 암술이 방사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우리나라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화다.
봉선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습한 곳이나 계곡 주변에서 자란다.
봉선화를 닮았고, 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특성으로 물봉선이란 이름이 유래했다.
꽃의 모양이 닭의 벼슬을 닮았다고 하여 '달개비'라고 부리기도 하며, 주로 닭장 주변에서 잘 자란다고 하여 '닭의 장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덕수궁과 서울특별시의회 사이에 '달개비'란 한정식 식당에 한때 간혹 간 적이 있는데 그 상호가 닭의 장풀에서 따온 것이리라.
주로 조찬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이용했지만, 뉴스에 나오는 달개비는 정치인들의 회합 장소로 나오기도 한다.
원적골에는 닭이 없는데, 어찌 이렇게나 많이 피고 있을까?
양귀비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줄기나 잎을 꺾으면 노란색 유액이 나와 '애기똥풀'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약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두해살이풀로 칠레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밤에 꽃을 피우고 달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용복의 노래 '달맞이꽃'을 좋아했는데,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미소를 띠는
그 이름 달맞이 꽃
아아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 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찬 새벽 올 때까지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시들어 가는
그 이름 달맞이 꽃
아아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 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원래 음치였는데 입대하기 전에 노래교실에서 노래를 배웠다.
그때 두 곳을 열심히 했는데 서유석의 '가는 세월'과 '달맞이꽃'이다.
지금도 음치이지만 그래도 이때 배웠던 두 곡은 조금은 따라 할 수 있는 정도다.
그 달맞이꽃이 농막 주변과 원적골에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좋아해 줘야겠다.
일명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리는 버섯으로 맹독성 성분을 함유한 독버섯이다.
흰색의 우산 모양을 하고 주로 홀로 있다고 한다.
흰달걀버섯과 유사하기 때문에 버섯에 대해 문외한이라 구분이 쉽지 않다.
광대버섯과에 속하는 식용 버섯이라고 한다.
달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미 다 자라서 프라이를 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야생 버섯을 채취하지 않기에 식용버섯도 그냥 사진으로만 남겼다.
맵고 단 맛이 나는 나물이라는 신감채(辛甘菜)로 산형과 미나리목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당귀(當歸)라 하여 약재로 쓰인다. 신감초(辛甘草), 승검초라고도 한다.
꽃대를 키우지 않은 뿌리를 캐서 말려 두었다가 약재로 썼다.
이런 약재가 곳곳에 있어도 약초에 문외한이니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원적사에 도착하여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일어서는데, 땅바닥에 뭔가 툭 떨어져서 놀란 나머지 바로 보았다.
매미 두 마리가 붙어 있었다. 아마도 교미 중인 것으로 보인다. 나무에서 왜 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 아래 사진은 혐오주의 ※※※※※
까치살무사는 유독성 독사다.
머리에 일곱 개의 점이 있다고 하여 칠점사라고도 한다.
물리면 일곱 걸음 안에 죽는다는 의미의 칠보사라고도 한다.
원적골에 뱀이 많이 있다.
매년 여러 마리를 본다. 종류는 다른데 어떤 종인지는 잘 모른다.
대게는 멀리 도망가기에 가까이에서 보기 어려웠다.
그동안 본 뱀들이 대체로 이렇게 생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뱀은 유독성 독사다. 대략 70~80센티미터 되어 보였다.
머리 판에 펜촉 모양의 무늬가 있고 몸통은 진한 흑색을 띠고 있다.
도로를 터벅터벅 내려오는데 뭔가 나뭇잎 사이에서 스르륵 소리가 나서 기겁하고 봤다.
보통은 도망가는데 도망가지 않고 숨죽여 미동도 하지 않아 위치를 찾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마침 105mm 접사렌즈를 마운트하고 있어서 여유 있게 사진을 찍었다.
한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구분이 힘들 정도 였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저 계곡 쪽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에 스틱으로 소리를 내 보았지만 도망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내가 얼른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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