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장마가 잦아들면서 밤새 가랑비가 내렸다.
아침이 되어도 햇살은 볼 수 없고 흐린 날씨에 우중충한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짙은 녹음 사이로 농막과 텃밭 사이를 오가며 생명의 기운을 받아본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으랴...
지난밤 어둠 속에서 달팽이를 발견했다.
다행히 집 찾아 삼만리를 떠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벽돌 데크 중간 정도에 있었는데, 손전등으로 불을 밝혀 주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벽돌 10장 정도 밖으로 나아갔다.
족히 30분은 걸린 것 같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송엽국이 활짝 피었다.
해가 떨어지면 오므리고 해가 뜨면 활짝 피는 모습이 경이롭다.
올해 이식한 포도나무에 포도 열매가 커지고 있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기해서 지켜보고 있다.
작년에 이식한 블루베리가 익어가고 있다.
올해는 좀 더 많은 열매를 맺은 것 같다.
이곳이 아마도 베리 종류가 잘 되는 것 같아 올해 블루베리 2년생 묘목 여섯 그루를 심었다.
대추나무를 4년 전에 심었었데 실패했다.
한 그루는 말라서, 다른 한 그루는 예초기 날에 날아가 버렸다.
그때는 뿌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그냥 두면 다음 해에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몰랐다.
예초기를 잘 못 다루어 나무를 죽인 것을 표시 내지 않기 위해 뿌리째 뽑아 버렸는데...
그래서 작년 봄에 다시 한 그루를 심었는데 이번에 열매를 맺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작년에 딱 한 알만 수확해서 아쉬움이 컸다.
아직도 열매를 볼 수 없는데 이는 대추의 특성이 것 같아 느긋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개망초.
귀화종으로 전 국토를 도배하고 있는 흰 꽃이다.
이맘때 다른 꽃들이 없으니 좋긴 한데 주변을 점령하는 속도에 두려움이 느껴진다.
해롭지는 않지만 이곳이 엄연히 농지이고 그 사이에 아로니아가 심어져 있는데 이를 어쩌나...
앵두.
작년에 세 그를 심었는데 올해 열매를 맺었고 한 번씩 따먹는 재미가 있다.
잘 익은 앵두는 단맛이 있지만 조금만 덜 익어도 신맛이 있다.
그리고 씨가 커서 사실 먹을 것은 없다.
씨를 뱉어내야 하기에 좀 귀찮은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빨간 앵두가 있어 이곳이 더욱 풍요롭게 느껴진다.
아로니아.
베리 중에서 가장 효능이 좋다고 하는데 새나 고라니도 싫어할 정도로 쓰다.
그래서 아로니아는 울타리 망을 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꽃아만 놓아도 산다고 했다.
농지를 매입했을 때 농업계획서를 작성하는데 아로니아를 재배한다고 하니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
당시 맨땅에 50그루를 심었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죽은 나무 없이 모두 살아있고 이제는 열매도 많이 열린다.
아로니아청을 만들어 시리얼을 먹을 때, 빵을 구워 샌드위치를 할 때 넣어서 먹는 정도다.
신이 내린 선물이 천대받는 아이러니
봉숭아 혹은 봉선화.
받아 놓았던 씨를 뿌렸는데 이렇게 잘 자라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텃밭에 쳐진 거미줄을 보았었다.
지난밤 가랑비에 은구술이 만들어졌다.
거미가 만들어 놓은 줄에 하늘이 구슬을 엮었다.
자연의 자연스러운 행위 예술에 그저 감복할 따름이다.
텃밭에 참외 꽃이 피었다.
참외는 언제 열리여나
이게 뭘 가요?
5년 전 첫 농사의 일환으로 강원도 산 산마늘 100주를 심었다.
당시 2주 후 다시 농지에 왔을 때 고라니가 다 먹고 없었다.
겨우 5주 정도 찾아서 텃밭에 울타리를 치고 애지중지 관리했다.
덕분에 올해는 잎으로 쌈도 한번 싸 먹었고 이제 열매를 맺었다.
처음으로 땅콩을 심었는데 메뚜기가 앉았다.
땅콩의 이슬방울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 냈는데 메뚜기가 잡혔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랄까
아직은 해롭지 않은 것 같아 그냥 두었다.
깊은 산속
새들의 노랫소리와
물소리만 들리는 곳
그러나 그 속의 수많은 생명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영원히 이곳의 객인 나는 그저 관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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