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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트레일로서의 백두대간, 그 가치와 브랜딩 방안

백두대간 트레킹

by 스토리그래퍼 구자룡 2025. 5. 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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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은 한민족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한반도에 살아왔을 수많은 우리의 조상들의 마음속에 있던 백두대간이 현재 우리들의 삶 속에 살아 있다. 그냥 바라볼 것인가, 보존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개발할 것인가 등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나 역시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한때 녹색회 활동을 했었고, 녹색연합에 후원도 하고,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보이스카우트를 했다. 현재도 그 선후배들과 캠핑을 즐기고, 지구에 미안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연을 이용하는 BPL와 LNT, 그리고 백패킹 윤리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전문 영역으로 컨설팅과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미약하나마 국가 브랜딩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의 짧은 생각을 정리해 본다.  

 

 

(1) 백두대간의 의미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이다.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인 신경준이 쓴 산경표(山經表)에서 한반도의 산줄기를 대간과 정간, 정맥으로 나타낸 체계를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고지도 상에 나타나는 백두대간의 의의는 한반도 산지 체계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 한반도 전체의 영토, 정치, 인문사회적 측면, 그리고 민족 정서적 관점 등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형적으로는 정간과 정맥이 우리나라 하천의 주요 발원지가 되며, 이것을 중심으로 국토의 물줄기가 갈라지게 되어 현대적인 의미에서 유역권 구분의 기본이 되고 있다. 정신적으로는 한반도의 역사가 백두대간 중심의 지맥에 뿌리를 둔다는 역사적 의미도 강한 편이며, 우리 고유의 땅의 흐름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자연관을 대표하는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백두대간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한반도 전체의 생물군집의 진화와 퇴보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경관 생태학적으로도 백두대간은 지형적 연결성 때문에 생물의 이동통로로서 작용하고 있다. 

 

백두대간 지도(산경표의 첫 장과 한반도 산줄기)

 

(자료 : 산림청, 2006 백두대간 백서)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조선침략정책에 의해 많이 훼손되었다. 특히 광물탐사사업의 학술 책임자였던 고또 분지로는 탐사보고서를 펴낼 때 지질 구조선에 입각하여 산줄기를 잘랐기 때문에 백두대간은 다섯으로 토막 나고 산맥은 강을 건넜으며 적유령, 마식령 등의 고개가 산맥 이름으로 붙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후 우리의 인식 속에 잊혔던 백두대간은 1980년대 초반에 지도를 만드는 이우형 씨 등이 「산경표」를 발굴하여 옛 개념을 되살리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대간 종주가 진지하게 시작된 것은 1988년 한국대학산악연맹 49명의 대학생이 종주기와 백두대간을 연회보 「엑셀시오」에 소개하면서부터다. 그 후 월간「사람과 山」이 창간 1주년 기념으로 1990년 11월호부터 백두대간 종주 기사를 연중 특집으로 다룸으로써 전국 산악동호인들에게 백두대간 종주 붐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많은 안내산악회가 주말을 이용한 백두대간 구간 종주대를 운영하고 하면서 40대 이후부터 70세까지 중장년층 등산 동호인들에게 특히 각광받고 있다.

 

한편 1994년에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백두대간의 민족적, 역사적 가치를 올바로 알리기 위해 ‘백두대간보전회’가 순수 민간단체로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정부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제7038호)」을 2003년 제정하여 백두대간의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한 훼손을 방지함으로써 국토를 건전하게 보전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백두대간을 세계적 생태탐방지로 육성시켜 도보 여행지로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 2010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당시 산림청은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 생태학회가 주관하는 ‘백두대간 보호와 관리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었다. 또한 산림청은 2012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진 1400여㎞의 백두대간 중 남한 지역의 684㎞의 산줄기를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추진했었다. 

 

 

덕유산 향적봉, 남덕유산으로 이어진 능선, 2013년 1월, ⓒ 구자룡

 

설악산 대청봉, 다과를 즐기는 다람쥐, 2013년 8월, ⓒ 구자룡

 

 

덕유산, 고목, 2014년 2월, ⓒ 구자룡

 

 

 

선자령, 일출과 풍력발전기, 2016년 2월, ⓒ 구자룡

 

 

 

만항재, 운무와 자동차, 2014년 8월, ⓒ 구자룡

 

 

삼도봉, 즐거운 트레킹, 2016년 8월, ⓒ 구자룡

 

 

금대봉 아래, 고랭지밭 도로 위 야영, 2017년 2월, ⓒ 구자룡

 

 

민주지산, 덕유산을 바라보며, 2018년 1월, ⓒ 구자룡

 

 

덕유산, 철쭉, 2018년 5월, ⓒ 구자룡

 

 

속리산, 문장대를 바라보며, 2018년 11월, ⓒ 구자룡

 

 

금강산 신선대(성인대), 울산바위, 2019년 2월, ⓒ 구자룡

 

 


 

(2) 남북을 연결한 온전한 백두대간 트레일(BT, Baekdudaegan Trail) 조성 방안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으면 대략 1,400㎞가 된다. 북한지역에 716㎞, 남한지역에 684㎞이다. 이 거리를 연결하여 배낭 메고 계속 이어서 트레킹 할 수 있도록 하자. 지금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이 있다. 군사적인 문제가 먼저 가로막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산림훼손에 대한 문제도 있다. 남한지역에서는 일부 구간이 도로로 끊겨 있고, 무분별하게 개발된 측면도 있다. 북한지역은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지역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장된 길이 아니라 야생 상태로 자연과 어우러진 옛길이 남아 있다.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쉽지 않기에 백두대간 전 구간을 자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에서 옛길 정도로 정비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자연 그대로의 1,400㎞를 잇는 트레킹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지리산에서 백두산으로) 혹은 북쪽에서 남쪽으로(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완주하는 트레킹 코스를 정비할 것을 제안한다.

 

남한의 백두대간은 대체로 정상이나 마루금에서 마을로 탈출하거나 고갯길(령 혹은 재)을 만나는데 2-3시간 정도면 되기 때문에 굳이 야영을 할 필요는 없지만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종주를 계획한다면 야영을 할 수밖에 없다. 백두대간 마루금에는 야영장이 없기에 불법을 하지 않는 이상 현재로는 야영이 불가능하다. 단 국립공원의 일부 구간은 대피소가 있어서 예약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에서는 지정된 장소(야영장) 외 야영 및 비박, 취사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1990년 이후 산림법에 의해 모든 산에서의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백두대간을 진정한 트레킹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지방도로에는 어김없이 재나 령에 휴게소가 있다.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의 장소로 이용했었지만 최근에는 터널이 뚫리면서 도로와 휴게소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으며, 일부 휴게소는 폐쇄되어 흉물로 남아 있다. 별도의 야영시설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휴게소를 재생하여 재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시령은 설악산 국립공원에 해당하는데 미시령을 기준으로 남쪽의 한계령에서 설악산으로, 그리고 북쪽으로 진부령까지 이동하려면 중간 어느 지점에서는 휴식과 보급이 필요하다. 그 지점이 바로 미시령이고 이곳에서 야영을 한다면 폐쇄된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는 효과가 있고, 추가로 야영장을 건설할 필요도 없다. 미시령터널이 2006년 개통된 이후 고개를 넘는 차량의 수가 급감했다. 고갯길 중에서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미시령 외에도 한계령, 구룡령, 대관령, 만항재, 죽령, 이화령, 추풍령, 육십령 등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지역은 백두대간 전 구간에 걸쳐서 등산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한보다는 험준한 산악지형이고 마루금에서 마을로 탈출하기도 어렵다. 또한 교통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야영은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남북한의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남북을 연결한 백두대간 전체 구간을 허가제에 의한 장거리 도보길(long distance trail)로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전 세계의 백패커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트레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3) 장거리 도보길인 백두대간을 한반도의 상징으로 포지셔닝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시장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세분화되어 있거나 세분화시킬 수 있다. 남한과 북한 주민들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 중에서 장거리 도보길을 즐기는 사람들을 표적 고객으로 설정해야 한다. 장거리 도보길을 찾는 사람들의 공통점과 백두대간만의 차별 점을 확고하게 나타낼 수 있어야 세계적인 장거리 도보길과 비교하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아마도 현재까지 남북을 잇는 백두대간을 트레킹 한 사람은 뉴질랜드인인 로저 셰퍼드(Roger Shepherd)가 유일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실 백두대간은 단순히 산이나 등산로가 아닙니다. 긴 등산로는 캐나다에서 미국까지 이어진 애팔래치아 코스도 있고, 스페인에는 카미노길도 있고, 뉴질랜드에도 트레킹 코스가 많지만, 백두대간은 단순한 등산로 그 이상입니다. 남북한 정보는 백두대간을 ‘원 코리아’의 상징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 바 있다.

 

한반도의 상징과도 같은 백두대간을 한민족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보고,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자연생태 장거리 도보길 코스로 백두대간 트레일(BT, Baekdudaegan Trail)을 조성한다면,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일본의 구마노 고도(熊野古道) 등과도 견줄만한 도보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백두대간은 다양한 종교와 문화적 경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민족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문화적 장소이며, 많은 사찰, 성지 그리고 예술적 유산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백두대간 내에는 한국과 동북아시아의 대표적 전통 종교인 불교, 유교, 도교, 그리고 샤머니즘과 관련된 많은 문화유산들이 있다. 대표적인 불교문화 유산인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실상사를 비롯한 법계사, 내원사 등의 부도, 탑, 전각 등이 백두대간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부터 백두대간에 위치한 마을 주민들은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과 교류를 해왔다. 이러한 산악 신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속 문화로서 세계적으로 보전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구마노 고도와 같은 길로 만들어 갈 수 있다. 

 

백두대간이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가 될 수 있는 진정한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한다면 지난 70여 년 유지되고 있었던 냉전의 흔적을 종식시키고 전쟁이 없는 진정한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트레일로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한과 북한의 대치로 인해 끊겼던 백두대간을 연결하여 연속 트레킹이 가능할 때 진정한 평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불교문화와 자연생태적인 특성을 감안한다면 세계적인 자연문화유산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싶은 하이커들이 찾고 싶은 트레일이 될 것이다.

 


 

(4)  백두대간 장거리 트레일의 가치와 경쟁력

 

남한과 북한 간의 경제협력이 활성화되고 비즈니스 차원의 남북교류가 자유로워지면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사업들이 등장할 것이다. 사업에는 상품이 있어야 하고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독특한 가치 제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한 만의, 북한 만의 고객이 아니라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반도를 마케팅하는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이미 전 세계는 지구촌으로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변했다. 현지화 전략과 표준화 전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이 되는 시대이다. 

 

백두대간 장거리 도보길 역시 남한과 북한의 현지 고객 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실제 등산인구는 1,300만~150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북한은 아예 ‘등산 문화’라는 것이 없다. 여기서 제안하는 것은 가벼운 여가나 당일 등산을 하는 남한과 북한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등산 코스 개발이 아니라 전 세계 하이커를 대상으로 하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남한에는 단거리 즉, 당일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 장거리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 올레길이 각광을 받은 것도 이러한 장거리 트레일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장거리 트레킹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장거리 트레일의 대표 코스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Pacific Crest Trail, 4,300㎞)을 배경으로 한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의 실화 소설 ‘와일드(WILD)’가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되면서 장거리 트레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국인 중에서는 2015년부터  PCT 완주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매년 1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도전하고 있다. PCT에 도전하는 하이커의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종주 성공률은 60% 정도로, 매년 대략 500명 이하의 인원이 종주에 성공한다.

 

미국에는 PCT와 함께 애팔래치안 트레일(AT, Appalachian Trail, 3,500㎞), 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DT, Continental Divide Trail, 5,000㎞) 등이 있는데 이를 3대 장거리 트레일이라고 한다. CDT는 백두대간처럼 미국 대륙의 분수령(continental divide)을 따라가는 트레일이다. 즉, 강을 나누는 뼈대가 되는 큰 산줄기인 셈이다. CDT에서는 매년 200~3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도전하지만 완주율이 30%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트레일이다. AT 종주에 도전하는 하이커는 한 해 2,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중 4분의 1 만이 완주에 성공한다고 한다. 미국 3대 트레일(PCT, AT, CDT)을 완주하면 트리플 크라우너(Triple Crowner)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데 한국인 중에서도 2017년도부터 나오고 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길로 900년에 이르는 순례의 역사를 가진 길이다. 프랑스 파리 등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동쪽부터 서쪽까지 북단을 횡단하는 코스가 약 800㎞에 이른다. 2016년도 통계에 의하면 이 길을 완주한 순례자는 27만 7,000여 명이었다. 한국인 완주자는 4,500여 명으로 비서구권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많다. 이렇듯 장거리 트레일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5) 백두대간 장거리 트레일 운영 방안 및 트레킹 문화 조성

 

남북을 연속으로 트레킹 하는 백두대간 전 구간을 관리하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탐방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예약을 하고 적정 인원수로 제한을 하는 허가제를 통해 트레일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들 역시 스스로 책임을 지고 트레킹과 백패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장거리 트레일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 등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무조건 막는 것도 능사가 아니며 못하게 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이용은 하되 책임을 지게 하는 미국의 국립공원이나 장거리 트레일의 허가제(wilderness permit)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백패킹을 하는 경우에 지정된 구역에 대해 야영을 허가제로 시행하는 제도다. 간혹 순찰대원들(rangers)이 꼼꼼하게 확인을 하지만 대체로 야영장을 지키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커들이 자발적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나누어 사용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LNT(Leave No Trace) 운동에 동참하는 등의 자발적 트레킹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장거리 도보길을 걷는 트레킹 문화를 ‘백패킹 라이트(Backpacking-Light, BPL)’ 스타일이라고 한다. 필요한 장비를 배낭에 담고 산 따라 강 따라 몇 날 며칠을 걷는 경량 백팩을 뜻한다. 미국 백패커들 사이에선 장거리 트레일 코스를 걷기 위해 불필요한 짐을 덜어내고 간편한 장비만으로 길을 나서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BPL이라는 단어는 라이언 조단(Ryan Jordan)이 2001년 ‘backpackinglight.com’을 설립하고, Backpacking Light Magazine(온라인 매거진)을 발간하면서부터 일반화되었다. 

 

국내에서는 2012년을 전후하여 소개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많은 하이커들이 경량 백패킹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트레킹 문화가 이미 있기 때문에 전 세계 하이커를 대상으로 하는 백두대간 연속 트레킹에서도 그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백두대간을 훼손하면서 개발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 자연을 이용할 사람들에게 먼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지금 우리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지금 그대로의 자연을 유지하고 최소한의 편의성만 도모하는 수준에서 스스로 책임지는 백패커들이 이런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참고문헌>

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encykorea.aks.ac.kr/

2) 월간 <사람과 산>, http://www.mountainkorea.com//baekdu/baekdu_01_mean.htm

3) http://www.baekdudaegan.or.kr

4) 국제신문, “남북통일 염원하며 진부령 백두대간 기념공원 `눈길`”, 2010.07.06.

5) 월간 <산>, “백두대간, 세계적인 생태탐방지로 가꾼다”, 2010년 10월호, http://san.chosun.com/

6) 중앙일보, “백두대간, 유네스코자연유산 등재 타당성 조사”, 2012.05.16.

1) ‘마루금’ 이란 용어는 1993년, 조석필이 <산경표를 위하여> 책에 처음 고안하여 제안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마루금은 ‘능선의 선’으로 ‘산줄기를 이은 선’이다.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는 용어이지만 언론과 산악인들은 ‘능선 종주등반을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7)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백두대간은 남북을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입니다”, 2018년 6월호, p.30.

8) 남한에서 합법적인 야영을 위한 퍼미션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한 의견 참조. https://wp.me/p75C2o-c

9)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백두대간은 남북을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입니다”, 2018년 6월호, p.33.

10)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Route of Santiago de Compostela, 일명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이베리아 반도 북쪽을 통과하여 스페인-프랑스의 국경지대로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시까지 800㎞가 넘는 좁은 길로서 5개의 자치 단체와 100개가 넘는 마을을 지나는 순례를 위한 길이다.

11) 구마노 고도(熊野古道)는 구마노의 삼산(熊野三山)이라고 불리는 세 곳의 신사로 향하는 참배 길로, 미에 현과 나라 현, 와카야마 현, 오사카부에 걸쳐 있다. 이 유서 깊은 참배 길은 2000년에는 ‘구마노 참배 길(熊野参詣道)’로서 일본의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2004년에는 기이 산지의 영지와 참배길 [Sacred Sites and Pilgrimage Routes in the Kii Mountain Range]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인정을 받았다. 

12) 2015년 산림청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등산인구는 1,300만 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간다는 사람의 수치다.

13)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백두대간은 남북을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입니다”, 2018년 6월호, p.32.

14) https://www.huffingtonpost.kr/caroline-frost/story_b_6568032.html

15) 월간 <산>,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2018년 2월호(580호).

16) 월간 <산>,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 미국의 백두대간 CDT를 아시나요?”, 2018년 2월호(580호).

17) 한국일보, “美 애팔래치아 3500㎞트레일 도전기… 자연의 소중함 일깨워”, 2014.09.05.

1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6056

19) https://oficinadelperegrino.com/en/statistics/

20)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장거리 허가 신청(https://permit.pcta.org/)

21) 아웃도어뉴스, “친환경 백패킹 트렌드 ‘BPL 스타일’”, 20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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