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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황홀, 그리고 나의 공간?

독서노트

by 스토리그래퍼 구자룡 2025. 5. 1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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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황홀-온 세상을 끌어들이는 한국의 정원>, 윤광준 저 | 아트레이크 | 2024

 

<훔치고 싶은 한 문장>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이해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한다."


<리뷰>

저자는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이해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한다.”라 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흔적을 복원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자 윤광준 작가는 나의 첫 번째 사진 스승이다. 북촌 공간썬더에서 출간 기념 사진전에서 다시 뵈었다. 여전히 예술적 아우라를 뽐내고 있었다. 왕성한 활동에 훤히 꿰뚫는 통찰은 여전하다.

이 책에서 다룬 정원 중에 담양 소쇄원은 2009년 사진공부를 할 때 말씀하셨던 곳이기도 했고 당시 광주 출장길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을 이 책을 따라가며 필름을 거꾸로 돌리듯 다시 사진을 보며 느꼈다.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를 알겠다.

 

그리고 소개된 정원 중에 나는 몇 곳을 가보았는지 확인해 보았다. 정원 리스트로 소개한 22개 정원 중에서는 담양 소쇄원과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함양 거연정으로 세 곳이다. 경주 송첨종택과 관가정은 양동마을에서 1박을 했음에도 모르고 지나친 것 같다. 정원 리스트로 소개한 정원은 아니지만 본문에 언급된 정원 중에서는 영주 부석사 안양루, 경주 독락당이 있다. 독락당에서는 민박을 통해 하루 묵었던 기억이 있다. 특이하게 생각했던 것이 시냇가에 붙어 있어서 수해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그것과 달리 물을 이용한 것이라는 설명을 읽고 보니 이해가 된다. 수해는 괜한 걱정이었다.

 

경주 독락당 © 2019. 구자룡

 

또한 “산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정자와 누각을 짓고 사람이 들어가기만 하면 저절로 정원의 모습을 갖춘다.”라고 한다. 딱 맞는 장소를 골라 토지를 매입하고 농막을 가져다 놓았다. 비록 정자와 누각은 없지만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정원의 모습을 갖췄다는 생각을 이 문장을 읽고 느끼기 시작했다.

백두대간 청화산 남쪽 원적골 우복동이다. 산 중턱 해발 420미터  청화산에서 남쪽으로 원경인 도장산, 동쪽으로 중경인 시루봉이 보이고, 서쪽은 근경인 승무산이 감싸고 있다. 이곳이 조선십승지인 이유를 이제야 짐작이 된다.

 

 

원적골 우복동 ©2021. 구자룡

 

“공간은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한다. 공간을 그동안 주로 도시와 건물 중심으로 생각했었는데 이 책으로 공간에 대한 넓이와 깊이를 확장하게 되었다. 건물만이 아니라 그 주변의 모든 요소가 공간을 이룬다. 정원을 조성한 사람의 생각이 현재의 그릇으로 남아 있다. 그 사람들과 같은 재력과 권력도 없고, 낙향을 하는 것도 아니니 멀리 보지 말고 현재의 삶에 충실한 공간으로 우복동이란 그릇에 담아 봐야겠다. 차경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정원인 것을..

 


<기억하고 싶은 문장>

p.65. 문화재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건 장소의 의미다. 남아 있는 흔적을 바탕 삼아 복원하고 발전시킬 내용을 길어 올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들 장소를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p.65.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이해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한다.

p.66. 수직의 높이 대신 수평의 깊이로 다가오는 게 우리나라 산의 모습니다.

p.68. 떨어져 있는 산의 풍경을 빌려오는 차경이 한국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이다. 차경의 대상인 산이 멋질수록 그 효과는 크다. 산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정자와 누각을 짓고 사람이 들어가기만 하면 저절로 정원의 모습을 갖춘다.

p.303. 공적과 과오는 손바닥의 양면 같다.

p.303. 허망함조차 우뚝한 모순의 풍경은 덧없는 세상의 덧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p.312. 백 년의 세월이 촘촘하게 메꿔준 자연의 디테일 덕분이다. 이곳을 처음 찾았다면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에 놀란다.

p.338. 공간은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p.362. 만들고 소유하지 않으면서 풍경을 내 것으로 삼는 정원 기법이 차경이다.

p.367. 모든 건 상대적이다. 깊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높이 올라야 하고 높이를 느끼려면 바닥으로 내려와야 한다. 한국의 산은 깊이를 지닌 산이다.

p.371. 자연스럽지 않으면 자연이 아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문헌>   

  •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 웅진지식하우스, 2012.
  • 마이웨이-윤광준의 명품인생, 윤광준, 그책, 2011.
  • 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을유문화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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