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구자룡 (주)밸류바인 대표, 경영학박사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남에서 북으로 관통한 직후인 2023년 8월 11일 이른 아침. 전남 신안군의 마케팅과 브랜딩을 연구하기 위해 목포로 가는 KTX를 탔다. 태풍의 영향으로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벤치마킹을 하고자 오래전부터 준비한 강원 영월군의 관광문화정책자문회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어 참여하기 위해서다. 영월군에서 최명서 군수, 정대권 문화관광체육과장을 포함하여 20여 명, 그리고 김병희(서원대 교수), 전영철(상지대 교수) 공동위원장을 포함하여 자문위원 10여 명으로 총 30여 명이 참여했다. 신안군 고향사랑지원과 민간협력팀장(최미현)의 안내와 설명으로 신안의 주요 지역 마케팅 장소를 탐방하고 로컬 브랜딩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월군 관광문화정책에 대한 자문을 맡으면서 그냥 지나쳤던 영월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몇 번 전 김삿갓면에 지인이 농지를 구입하여 농막을 짓고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내려가는 길에 들린 적이 있다. 가는 길에 영월군청 인근 식당에서 땅을 보러 왔다고 하니 여름에 많이 덥다고 했다. 의성만큼 더울까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덥다는 것은 나중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동산 중개인이 조금만 가면 새로 만든 전원주택단지가 있다고 하여 중개인의 차로 가자고 하는 것을 우리는 바로 의성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각자 자차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아내와 함께 아니 조금 간다면서 하면서 그렇게 따라가기를 30분 이상 이동했다. 백두대간과 접하는 영월의 남쪽 끝자락이었다. 당연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만약 내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더 큰 후회를 했을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이다 하고 해어졌다. 물론 영월에 대한 좋은 기억도 있다. 무릉도원면에 처갓집 4 가족이 함께 캠핑을 했었다. 어르신을 위해 펜션도 예약했는데 여러모로 유용한 선택이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여서 모닥불을 피우고 아이들 장기자랑도 하면서 영월의 밤을 보낸 기억은 가족 모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영월의 남동쪽 끝에서 북서쪽 끝까지 다 다녀본 것 같다.
이런 추억을 뒤로하고 영월의 관광문화정책에 대해 하나하나 깊이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작년에는 팸투어에 참석했었다. 상동수피움, 한반도습지생태문화관 등을 방문했을 때는 가슴이 답답했다. 영월은 인구 3만 8천 명 정도의 소도시이고 재정자립도가 낮고 고령화 비율이 높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높은 산으로 둘러있어 농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국책사업과 정부지원사업을 추진하여 상당한 성과를 만들고 있었지만(선정이 되어 지원을 받았지만) 실제 운영 상황은 심히 걱정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컬러 마케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신안군 벤치마킹이 성사되었다.
광주광역시에는 여러 번 갔었지만 그 밑으로는 방문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나주에 한 번, 목포에 한 번 방문한 것이 전부다. 신안은 이번에 처음 방문했다. 신안 하면 증도, 염전, 보물선 정도 인식되었던 곳이다. 김병희 교수 등이 저술한 <보랏빛 섬이 온다(학지사, 2022.)>를 탐독했고, 지난 4월 인구소멸시대, 지역재생을 위한 신안군의 도전과 희망을 주제로 “문화예술의 메카 신안군 섬 국가정원 조성 전략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신안군에 대한 스터디를 했었다.
그리고 지역과 로컬에 대한 관심은 <공공브랜드란 무엇인가(학지사, 2023.)>란 도서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컬 브랜딩”이란 주제로 집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로컬 브랜드를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역사적인 특성, 문화적인 매력, 행정서비스, 그리고 특산품이나 고유한 정체성 등을 인식하게 하면서 다른 지역, 다른 상품과 차별화된 본질적 특성을 통해 주민, 기업인, 방문객, 이해관계자 등 고객 및 잠재고객들이 부가적으로 가치를 느끼게 하는 총체적인 상징체계”라고 정의했었다. 이런 관점에서 로컬 브랜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 경영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자 한다.
이른 아침부터 영월에서 출발해서 긴 시간 달려온 대형버스가 목포역에서 KTX로 내려온 자문위원들을 태워 신안으로 향했다. 이제 신안은 육지와 연결된 섬으로 주요 지역은 자동차로 진입이 가능하다. 배로만 들어갈 수 있었던 시절과는 양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025개 섬이 있다고 하는데 압해도, 암태도, 자은도, 증도 등 주요 섬은 자동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증도는 방향이 달라 일정상 이번에 포함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겨야 했다. 1004섬은 신안군의 도시브랜드(슬로건)다.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을 표현하여 풍요로운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1025개 섬이지만 상징적으로 1004를 사용했고, 압해읍과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는 국내 최초 사장교와 현수교를 동시에 배치한 교량으로 총연장은 10.8km이다(2019년 4월 4일 개통).
신안을 처음 만나는 압해도. 그 섬의 ‘꽃피는 무화가’ 식당에서 ‘전복해초돌솥밥’으로 섬문화 체험을 시작했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돌솥밥이지만 전복과 해초가 들어가니 신안만의 독특한 맛을 내는 먹거리가 된듯하다. 이후 20여분 정도 이동하여 ‘1004섬 분재정원’에 도착했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신안군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여하여 순천정원박람회가 인공적인 도시풍의 정원이라면 신안군은 창덕궁과 같이 자연의 경치를 빌려오는 차경 개념을 적용하여 섬과 바다를 끌어들인 정원으로 꾸민다면 신안 만의 독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1004섬 분재정원의 주요 전시품은 분재였지만 나의 관심은 다른데 있었다. 송공산 기슭에 만들어진 정원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개체가 있다는 애기동백, 소나무 아래 맥문동을 심고 그 공간을 다양한 조각품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나무 밑 맥문동이지만 여기 정원에는 조각품이 있어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미로를 형성한 측백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한 참을 바다 쪽으로 내려다보면서 산기슭에 마을 만들기를 좋아했고, 백악산 옆 매봉을 주산으로 산기슭에 지어진 창덕궁을 생각하며 차경의 원리를 터득한 선조들의 정신이 그대로 재현된 듯한 신안의 정원을 온몸으로 느꼈다.
압해도를 지나 그 유명한 천사대교를 넘어 암태도로 향했다. 암태도를 지나 자은도에 있는 ‘1004뮤지엄파크’에 40여 분만에 도착했다. 탁 트인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양산해변이다. 누군가 말할 것도 없이 모두 바다로 향했다. 바다로 향하는 우측에는 모래언덕이 있었다. 그 뒤쪽에는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가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모래언덕이라. 아마도 이런 것을 해안사구라고 하지. 검색을 해보니 여기 자은도의 해안사구도 백과사전에 나올 정도로 꽤 유명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다만 양산해변에는 방풍을 위한 해송은 보이지 않는 대신 모래포집기가 사구를 안정시키고 있다. 해변의 모래알은 너무나 가늘어서 손끝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궁금했다. 이런 멋진 백사장이 해수욕장이 아니라니. 그리고 수영이 금지되어 있다니. 신안군의 최미현 팀장이 설명해 주었다. 우선은 잔잔하게 보이지만 갑작스러운 파도가 생명을 위협할 때가 많다고 한다. 수심의 높낮이 차가 심해서 안전을 위해 군에서 취한 조치였다. 무더운 여름날에 청년 몇 명이 물에 들어가 있는데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해수욕장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해수욕장의 풍경은 사람들이 넘치고 각종 안전시설과 영업용 시설 및 음식점 등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는 이 모든 것이 없다. 사람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오롯이 이 넓은 바다와 백사장을 나만의 소유로 간직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되어 주었다. 양산해변을 보며 고운 모래해변을 자연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 보았다. 이 또한 해변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 예술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군에서 조치를 취한 결과였다. 그냥 무심히 바라보는 그 이면에는 이런 세심한 배려와 조치가 있었다는 것을 설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양산해변을 나오면 ‘1004섬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이 반겨준다. 수석의 수자가 무슨 수자일까요? 이 질문으로 시작된 문화해설사는 구수하고 명쾌하고 멋진 스토리텔러였다. 부산출신이며 신안에 정착하고 문화해설을 하는 특이한 이력이지만 미술관의 여느 도슨트의 설명과 해설보다 좋았다. 수석의 수가 목숨 수(壽)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당연히 물 수(水)라고 생각했는데. 물 수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수석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목숨 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생긴 모양이나 무늬, 빛깔 따위가 묘하고 아름다운 천연의 돌로 목숨 수가 적절한 것 같다. 그리고 증강현실(AR)이 적용된 스토리텔링은 참신했다. 남녀노소 모두 스토리에 푹 빠지게 하는 요소였다. 산신령이 소개해주는 수석이야기, 돌에 새겨진 문양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 용을 닮은 수석이 날아오르는 연출 등은 기획자의 숨은 노력과 스토리텔러의 말솜씨를 느낄 수 있었다.
수석 정원은 수많은 수석을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정원을 거닐게 하는 묘미가 있었다. 벽돌 하나를 놓더라도 아무렇게 놓기 어렵다는 것을 농지에 농막을 놓으면서 체득했기에 같이 간 일행에게 여기 돌 하나하나가 이 자리에 놓여지는 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정원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꾸며진 정원을 보며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를 상상하면서 정원의 설계와 수석의 특성과 모양에 맞는 위치를 찾고 그곳에 가장 아름답게 놓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수석미술관 옆 정원뜰에 양산해변을 내려볼 수 있는 공간에 처마가 있는 작은 공간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뮤지엄파크를 지향하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다. 자은도를 ‘피아노의 섬’으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피아노의 섬’은 프랑스 북부의 작은 도시 ‘르 투케 파리 플라주’의 피아노 축제 ‘레 피아노 플리에 Les Pianos Folies’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한다. 일행 중 한 분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아름다운 선율은 바다를 배경으로 정원에 울려 퍼졌다. 나중에 양산해변에 피아노를 놓고 진짜 연주(임동창)를 하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https://www.culturemonth.kr/)
1004섬 뮤지엄파크에서 숙소인 라마다프라자호텔로 가는 길에 ‘자은신안뻘낙지’ 식당에서 낙지초무침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저녁을 먹었다. 부드러운 낙지에 새콤달콤한 맛으로 두 번째 섬 맛 체험이다. 요즈음 뻘낙지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하는데 여기는 진짜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맛있게 먹었다. 이후 라마다프라자호텔 자은도에 도착하여 그랜드볼륨에서 박우량 신안군수님의 특강을 들었다.
박우량 군수님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지난 4월 서울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석하면서 먼발치에서 뵙고 인사말씀을 들었다. 이번에는 명함을 교환하면서 인사를 하고 서울에서 인연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렸다. 옛날에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열심히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명함 교환을 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먼저 나서지 않는다. 이번에는 먼저 명함을 주시기에 얼떨결에 교환했다. 어쩌면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알랑한 자존심 같은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정치인과의 명함 교환은 겉치레 인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선거철이 되면 투표권도 없는 나에게 선거 홍보에 이용하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박우량 군수님의 강연은 그동안 단체장들의 강연과 확연히 다른 면이 있었다. 나 같은 전문 강사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용 슬라이드를 만들고 수정하고 편집하면서 전체 시나리오를 구성하는데 익숙하지만 단체장이고 연령을 생각하면 직접 만들지 않았을 것 같은 자료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임팩트가 필요한 곳마다 적절하게 강조하는 여유와 카리스마가 있었다. 조금 허스키한 목소리지만 쩌렁쩌렁한 힘이 느껴졌다. 전문 강연자다운 면모였다. 해당 발표 자료를 다양한 곳에서 수없이 많이 프레젠테이션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추정컨대 신안군의 단체장으로 1004섬의 설계자로 모든 사업의 기획에 직접 참여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구 소멸로 위기에 처한 고향을 살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진심 어린 열정으로 느껴졌다.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신안군의 지역 마케팅은 한마디로 “남이 가지 않은 길 The one & only”로 요약될 수 있다. 1025개 섬을 1004섬으로 브랜딩 하고, 야간 여객선 운항(2007년), 버스 완전공영제(2007년), 천일염 식품화(2008년 3월부터 식품으로 전환, 22년 말 기준 전국 생산량의 80%), 바람, 햇볕, 바닷물을 소득으로 바꾼 신재생에너지 사업, 개체굴 양식 산업, 청년 어선 임대사업 등을 추진했다.
현재의 1004섬은 반월도와 박지도를 연결한 퍼플섬(라벤더, 버들 마평초, 아스타 등 4계절 보라색 섬), 선도의 수선화의 섬, 기점・소악도의 순례자의 섬, 병풍도의 맨드라미의 섬, 도초도의 수국・팽나무의 섬(70만 그루의 수국), 임자도의 홍매화의 섬 등 컬러로 말하는 1004섬을 추진하면서 브랜딩 되고 있다. “꿈을 섬에 입히다”라는 발상으로 꽃이 만발한 섬, 1 섬 1 정원, 사계절 꽃이 피고 숲이 울창한 신안을 꿈꾸고 있다.
“섬에도 문화예술이 꽃피는 신안”을 만들기 위한 1도 1 뮤지엄 사업으로 26개소가 추진되고 있다. 안토니오 곰리가 참여하는 바다의 미술관(비금도), 올라퍼 엘리아슨이 참여하는 대지의 미술관(도초도),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 작가가 참여하는 인피니또 뮤니엄(자은도) 등이 있으며, 자은도에는 1004뮤지엄파크가 있으며 피아노의 섬을 추구하고 있다.
이 모든 기획과 사업들은 인구소멸이 가장 빠르고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열악한 여건이기에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되었다. 그 지역만의 특성을 살려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다. 고민과 역경을 강점으로 전환해 가고 있는 신안군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열정과 참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역발전 모델 중 정부의 지원에 의한 외생적 발전으로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성공적인 지역은 대체로 내생적 발전을 도모한 곳들인데 신안군이 이러한 모델의 전형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안의 토박이뿐만 아니라 관광지에서 만난 종사자들인 문화해설사, 승합차 운전사 등 외지인들 역시 신안의 변화에 대한 몸부림을 즐기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튿날 일출을 호텔 방에서 맞았다. 여기는 서해안이다. 해수면에 접한 호텔 방에서 일출을 보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밤 11시까지 정책자문회의를 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모두 강행군을 했기에 일출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급하게 카메라를 챙겨 몇 장 찍었다. 라마다프라자호텔은 백길해변을 끼고 길게 늘어서 있기에 서쪽도 동쪽도 바다였다. 일찍 파악했더라면 일정상 일몰은 보지 못했더라도 일출은 제대로 촬영 준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멀리 은암대교 위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오랜만에 일출을 감상했다.
호텔에서 남쪽으로 40여 분을 달려 안좌도의 끝 퍼플섬 입구에 도착했다. 안좌면 소곡리와 반월도와 박지도를 연결한 목교인 퍼플교가 완공(2008년)되면서 반월도와 박지도는 퍼플섬이란 별칭을 얻었다. 퍼플교는 총 1,462미터의 보랏빛 다리다. 왜 퍼플, 보라색일까? 2015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두 섬의 경관과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섬의 자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반월도의 주민들이 보라색 꽃을 피우는 참도라지(왕도라지)를 많이 재배하고 있고, 보라색 꽃을 피우는 꿀풀이 섬에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신안군에서 컬러 마케팅을 전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되었다.(김병희 등, 보랏빛 섬이 온다)
2019년 초에 반월도와 박지도의 지붕을 보랏빛으로 채색하면서 보랏빛 세상이 되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했다. 그리고 자동차, 파라솔, 창고, 건물, 해안도로, 주민들의 옷, 치마, 커피잔, 화장실 변기의 거름망까지 모두 보라색으로 칠해지거나 바뀌었다. 보라색으로 된 물건을 들거나 착용하기만 해도 입장료가 무료이다. 엉뚱한 발생에 재미가 더해졌다. 현지에서 퍼플색 양산을 사서 들고 들어가면 무료인 것이다. 마침 버들마편초가 활짝 피었다. 퍼플섬 4만 9천600㎡ 부지에 전국 최대 규모인 1억 송이의 버들마편초꽃이 심어져 있다. 퍼플에 미치지 않고서는 감히 엄두도 나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다
자연을 기반으로 하면서 새로운 인공물을 가미한 독특한 기획으로 탄생한 퍼플섬은 한국관광공사 선정 안심관광지, 2021년 UNWTO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었으며, 미국 CNN, 폭스뉴스 등 국내외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다. 이미 세계적인 관광 목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일행도 퍼플양산을 들고 퍼플교를 걸어서 반월도에 들어갔다. 바다를 가로질러 가고 싶은 어느 할머니의 소망이 현실의 관광 상품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너무 더운 날씨여서 최미현 팀장의 특별 배려로 전동카와 승합차로 반월도를 한 바퀴 돌았다. 반월도의 해안도로에는 3-4명 정도가 걸어서 둘레길을 걷고 있었지만 이런 폭염에는 무리인 것 같았다. 에어컨이 되는 시원한 승합차에서 운전사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여성이고 60대 중반이고 외지인인 운전사가 특이했지만 여기에 들어와 정착한 귀농인이고 바다에서 김을 재배하고 있고 관광객을 위해 운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운전할 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도 노령화가 심각한 지역이라는 실감이 난다. 반월도에서 박지도로 연결된 퍼플교는 꽤 길다. 무려 915미터. 다른 방법이 없다. 무조건 걸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 어쩌면 섬을 연결하여 걷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느 쪽으로 가나 비슷한 거리를 다시 걸어야만 차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는 반환점 같은 그곳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하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컬러를 이용한 마케팅은 기업, 공공기관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활용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컬러는 해당 브랜드를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강력하게 포지셔닝할 수 있는 속성 중의 하나이다. 모 지자체와 같이 ‘컬러풀’을 선언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컬러를 사용해서 소비자들이 해당 컬러를 그 브랜드의 상징으로 받아들일 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삼성에서 호텔을 짓는다고 하면 무슨 색을 주로 사용할까? 떠오르는 색이 있는가? 다시 질문하면, 애플에서 호텔을 짓는다고 하면 무슨 색을 주로 사용할까? 이제 명확해지지 않는가? 아마도 애플이 호텔을 짓는다면 화이트를 주 색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로 각인의 효과다. 코카콜라 하면 레드, 네이버 하면 그린, 카카오 하면 옐로 등이 생각난다면 성공적인 컬러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안 하면 어떤 컬러가 생각나는가? 퍼플이 떠오를까? 퍼플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는 당연하지만 퍼플이다. 앞으로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신안의 주요 섬들은 다양한 컬러의 섬이 될 것이다. 꽃으로, 채색으로 컬러를 입히는 것은 기획이고 자유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각인되는 컬러는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브랜드 지속의 힘이 중요하다. 신안은 컬러풀하고 싶은 것일까? 섬마다 컬러가 다르면 컬러풀해질 수 있다. 신안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은 각각의 컬러를 느끼고 싶을까? 여기에는 꽃밭으로 만들어진 끝없이 이어진 들판을 보면서 그 컬러를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자. 모든 곳에 동일 컬러로 채색된 마을을 보고 싶을까? 색은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컬러가 모든 곳에 있으면 두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채색된 컬러는 태양에 의해 색이 금세 바랜다. 지속적으로 예산을 들여 채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꽃밭 역시 그 꽃을 파는 것이 아니다. 관상용이며 오히려 꽃밭 주인에게 꽃을 심는데 예산으로 비용을 보전 및 지원해 준다. 입장료가 주 수입이고 기타 여러 상품을 판다고 해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민간기업의 전문 마케터라고 해도 어려운 과제다. 단순 구경이 아니라 채류형 여행지로 여러 날, 혹은 한 달 등 장기 여행이 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퍼플섬을 뒤로하고 천사대교를 건너 압해도의 ‘신바다횟집’으로 40여 분을 달려 도착했다. 회정식으로 신안에서의 마지막 미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민어회가 주인공인데 미리 나온 기본 반찬만으로도 푸짐했다. 싱싱한 해산물을 종류별로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남도의 미식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목포역 KTX 출발시간 때문에 자문위원 몇 명만 먼저 일어났다. 신안의 자연과 컬러와 정원과 문화와 미식을 뒤로하고 호출한 택시로 목포로 향했다.
신안의 지역 마케팅과 로컬 브랜딩 활동을 벤치마킹하면서 영월에 도움이 될만한 시사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문화관광 전반에 대한 능력은 없기에 주로 지역 마케팅과 로컬 브랜딩 차원에서 문화관광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고민해 본다.
지자체는 단체장이 바뀔 수밖에 없다. 정책이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기업도 사장이 바뀐다. 그런데 잘 생각해야 하는 것은 기업의 브랜드는 사장이 바뀐다고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인 사장은 성과를 내야 연임이 될 수 있다. 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다음에 브랜드를 바꾸면 그 성과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사장에서 쫓겨난 다음일 가능성이 높다. 전임 사장의 성과가 다음 사장일 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한순간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브랜드를 심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많이 걸린다. 그래서 브랜드만큼은 모험을 할 수 없다. 다만 신제품을 만들거나 신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는 경향은 있다. 브랜드는 사람 다음으로 중요한 자산이다. 누구의 작품이 아닌 고객과 직원, 투자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누리는 혜택이다.
4년마다 단체장이 바뀔 수 있다는 변수를 고려한다면 지자체 브랜딩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또한 로컬 브랜드는 원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15-20년 정도 걸린다. 단체명을 제외한 브랜드 요소에서 해당 단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슬로건이다. 이를 도시브랜드 슬로건이라고 하기도 한다. 슬로건은 브랜드를 좀 더 강력하게 설명하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해당 단체의 비전이나 전략(방향성)이 바뀌거나 더 이상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바꿀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슬로건이 소비자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는 전제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신안의 ‘1004섬’은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신안의 비전과 방향을 한마디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간결하고 숫자로 제시되어 명확하다. 천사로 읽히는 것 때문에 종교적인 문제 제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상표등록을 통해 해결하고 있어서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안성맞춤의 도시, 안성’이라고 할 때의 안성맞춤만큼 신안의 독특성과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신안에 간 목적 중의 하나는 신안의 지역 마케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그 중심에 로컬 브랜드(슬로건)가 있다. 신안과 달리 영월은 한마디로 비전과 전략과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영월군의 영월(寧越)은 편안하게 넘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영월군 CI는 단종의 왕관을 형상화했다고 한다(2017년 12월). 슬로건은 ‘Young World 영월’로 젊은 세상을 표현했다고 한다(2017년 12월). 그리고 최근 영월 통합관광브랜드를 개발하여 ‘달마다 새롭게, 달달영월’을 론칭했다(2023년 7월). 군정방침은 ‘변화와 도약, 살기 좋은 영월’이고, 비전은 ‘살기 좋은 미래 영월’이다. 영월에서 제시하는 메시지와 시각이미지가 제각각이다. 통합적이고 일관된 이미지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요소들에 대해 고객(주민) 및 잠재고객(관광객)과 이해관계자(공무원 등)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인구 3만 8천 명의 기초자치단체를 상징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든다.
비슷한 인구의 신안은 단 하나의 최상위 메시지인 ‘1004섬’이란 슬로건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즉, 군 브랜드를 CI와 BI로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슬로건을 상징화하여 태그라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일관성을 유지하며 하위로 확장하는 편의성을 제공하고 소비자들 역시 쉽게 인식이 되는 요소다. 신안군의 여러 곳을 다녔는데 모든 사인물에 1004섬 신안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마케팅에서는 투입 비용 대비 효과를 많이 검토한다. 메시지가 많으면 집중이 안되고 흐려진다. 디자인 요소가 많으면 이미지로 만들기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간결해야 하는데 신안군에서 배울 점이다. 세계적인 기업인 벤츠도 기업브랜드 하나로 승용차뿐만 아니라 트럭에도 사용한다. 통합브랜드전략과 개별브랜드전략 중 어느 전략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전략이나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영월은 신안을 벤치마킹하는 차원에서 고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은 위에 열거한 영월의 모든 브랜드 요소를 버리고 단 하나 ‘달달영월’로 통일하는 방안을 고려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앞으로 10년 후의 영월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달달영월’과 유사한 공공브랜드들이 있다. 제주문화관광 통합브랜드(제주관광공사)인 ‘달달익선’은 달마다 즐기는 색다른 제주문화관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익산시 소식지 ‘다다익산’은 다양한 이로움이 있는 익산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자성어로 구성된 네이밍은 익숙한 측면과 입에 붙는 리듬감, 그리고 추가적인 설명을 달지 않아도 그 의미가 어느 정도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예시한 네이밍은 사자성어인 ‘다다익선’을 일부 자구를 변형한 것인데 반해 달달영월은 사자로 되어 있지만 결이 좀 다른 측면이 있다.
‘달달영월’은 달마다 색다르게 즐기는 영월관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달달한 맛처럼 황홀한 영월관광과 밤하늘의 별들과 함께 영월의 밤을 밝히는 달의 아름다움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중의적으로 ‘달달한 영월’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명사형은 좀 딱딱한 느낌이라면 형용사형은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달달(月月)’보다는 우리말 ‘달달한’이 보다 확장성이 높고 입에 착 달라붙는 리듬감이 있다. 즉, 추가 개발비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관광 브랜드를 군 브랜드(CI)로 격상시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영월은 별마로천문대가 있고 별빛과 달빛을 상품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식어인 ‘달마다 새롭게’는 매달 새로운 기획을 통해 색다른 즐길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엄청난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만약 매달 새롭지 않으면 대고객 약속을 스스로 위배하는 꼴이 된다. 이런 모험수를 앉고 가기보다는 그냥 버리면 된다. 수식어를 버리면 영월의 정체성인 편안하게 넘어가는 ‘달달한 영월’만의 독특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찾도록 만드는 기획이 필요하다. 매달 새로운 기획보다는 큰 그림으로 영월의 미래를 책임질 대형 기획이 1년에 하나씩만 있어도 된다.
안성은 조선 후기 천민집단의 남사당 풍물놀이에서 찾은 무형문화재를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로 승화시켜 유네스코 공식자문협력기구의 CIOFF®의 공식축제로 지정되고 ,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신안에는 1도 1 뮤지엄 사업이 있고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섬에도 문화예술이 꽃피는 신안”을 만들고 있다. 관광은 앵커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집객을 할 수 있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인구 1만여 명 정도의 스위스 다보스는 세계경제포럼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칙칙한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렇다면 영월은 어떤 지역이 되어야 할까? 달달한 도시가 되면 어떨까? 이제 ‘달달한’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좋아할 뭔가로 채워야 한다. 사진도 그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동강국제사진제를 세계적인 사진 축제인 ‘아를국제사진축제’와 같은 행사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를은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이다. 단종과 정순왕후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거장과 함께 청렴포를 무대로 대형 공연을 새롭게 기획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 시안의 화청궁(화청지)에서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슬픈 사랑가인 ‘장한가’가 무대에 오른다.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가무쇼다. 밤에 1시간 반 정도의 공연이 끝나는 야간 공연이다. 화청지를 무대로 쓰고 있다. 공연을 본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스케일과 짜임새 있는 율동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콘텐츠 자체로 본다면 단종과 정순왕후의 스토리 역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기획의 문제다.
기획력은 비즈니스에서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롭지 않으면 관심을 끌기 어렵다. 업무를 단순화시키면 기획과 실행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무원의 특성은 기획이 아니라 실행이다(?). 어느 지자체 기획팀장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면 감사를 받게 된다고 팀원들이 제발 기획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한단다. 새로운 것을 하면 할수록 일은 많아지는데 역으로 감사도 많이 받는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신안군의 지역 마케팅을 들여다보면 실행에 앞서 기획이 매우 치밀하게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에서부터의 기획이든 아래에서부터의 기획이든 기획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어떤 발상이 일어나고 이에 관련된 환경분석과 시장조사, 그리고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전략대안을 만들어 시장성이 있는지 테스트하고 이를 고려한 기획 상품(서비스, 이벤트 등)을 개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기획과 계획은 엄연히 다른 의미다. 기획은 없는 것을 새롭게 고안하여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계획은 이미 기획되어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을 세부적으로 짜는 것을 말한다. 영월군 관광문화 관련 사업의 주요 내용은 기획이 아니라 계획이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기업에도 기획팀은 대체로 별도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주로 기획만 한다. 기획된 내용을 실행조직에 넘겨 실행을 하는 것으로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업무분장을 하고 있다. 기획력과 실행력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대부분은 하나의 능력을 갖추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 직원 모두 기획자가 될 필요는 없다. 100명의 직원이 있다면 기획자는 5명 정도로 충분하다. 명칭만 기획이지 실제 업무는 업무분장에 명시되어 있는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라면 기획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영월에도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획을 통해 비전과 브랜드 슬로건에서 주장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신안군의 지역 마케팅과 로컬 브랜딩에 대한 벤치마킹을 위한 탐방을 준비해 준 영월군 관계자와 안내와 설명을 해준 신안군 관계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탐방기의 형식을 빌어 개인적인 소견을 제시한 부분은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소고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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