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전쟁의 기원에서 미래의 전쟁까지, 한 권으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
제러미 블랙 저, 유나영 역, 서해문집, 2022. 원제 : A Short History of War.
온갖 다양한 변수 가운데 하나인 경제적 이익은 전쟁의 원인이자 수단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다. 내 욕심이 너무 컸다. 책 한 권에 모든 것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 잘못이다. 저자는 전쟁사를 다루며 전쟁에 대한 짧은 역사(원제)라고 했지만 간과한 나의 잘못이다.
책을 통해 어떤 통찰 내지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이런 생각으로 독서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것을 찾기 어려웠다. 인류사에 등장한 기원전의 전쟁부터 현대의 전쟁까지 다양한 전쟁을 이야기할 뿐 왜, 어떻게, 그래서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나아가 지금 및 앞으로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그런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내가 이해를 못 했을 수도 있다.
다만 서구 중심의 전쟁사에서 동양 및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관점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측면은 고무적이다. 저자가 지구촌의 중심 세력을 형성한 영국 출신이란 점에서 특히 전향적인 생각을 하는 측면에서 균형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반도를 다룬 23장 임진왜란 편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임진왜란의 주변부만 맴돌고 정작 중요한 임진왜란 및 정유재란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언급되지 않았다.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부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거처 도쿠가와 이에야스까지의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히려 장의 제목을 임진왜란이 아니라 일본의 대륙진출 정도로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원전의 장 제목과 번역의 장 제목이 다르지 않을까 의심을 했다. 그래서 원전을 찾아봤다. 역시나 원전의 23장은 “23 Japan and China Clash”이다.(https://www.degruyter.com/document/doi/10.12987/9780300262957-024/html) 이제 이 장의 내용이 이해가 된다. 일본과 중국의 충돌을 설명하기 위해 임진왜란이 나올 뿐이다. 만약 임진왜란이 제목이었다면 서술된 내용의 많은 부분은 임진왜란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저자를 탓할 뻔했다. 번역자의 자의적 번역 혹은 출판사의 의도인지 모르나 이는 왜곡이다. 이 책의 책명이 원제와 다른 만큼이나 오류라고 말하고 싶다.
의심을 하면 골이 깊어진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흐름이 막힌 경우가 여러 번 있었는데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번역의 문제가 아닌가 의심된다. 어떤 문장은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원문이 없어서 확인은 어렵지만 ‘총력’이란 단아가 나온다. “전쟁은 ‘총력’이라는 틀과 ‘포맷’ 안에서 벌어지는 집단 간 투쟁이 되며”(p.377). ‘total force’를 번역한 것 같다. 이는 총력전 혹은 총체전력, 혹은 전면전 등으로 이해하면 문맥상 연결이 잘 될 것 같다. 부족하지만 “전쟁은 ‘총력전(사회 구성원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전쟁에 참여)’이라는 체계와 ‘형식(전쟁이 진행되는 방식)’ 안에서 벌어지는 집단 간 투쟁이 되며”라고 하면 어떨까. 또한 모판이란 단어가 나온다. “현대전의 선진 무기를 생산하는 모판으로서 군산 연계”(p.392). ‘seedbed’를 번역한 것 같다. 모판은 씨를 뿌려 모를 키우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곳을 말한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직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부분은 의미를 찾아 의역을 해야 잘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족하지만 “현대전의 선진 무기를 생산하는 발판으로서 군산 연계”는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통찰을 얻었다.
첫째, 인간은 전쟁을 통해 발전했다. 전쟁이 있었기에 문명과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만약 전쟁이 없었으면 지금도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전쟁을 절대 지지 혹은 찬양하지 않는다. 인류 역사가 그렇다는 점에 이해를 할 뿐이다.
둘째, 결국 전쟁으로 패한다. 전쟁으로 권력과 부를 잡았다고 해도 결국에는 전쟁에서 패하면서 세상에서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점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지 않나. 전쟁으로 번성했더라도 어느 순간이 되면 멸망한다. 인생도 권력도 국가도 언젠가 종말이 닥치는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된다. 왜 이것을 모르고 인류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을까.
셋째,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에 의해 전쟁의 승패가 나지만 그 전쟁을 하는 목적은 결국 경제적 이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명을 살상하는 피 튀기는 전쟁보다는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경제전쟁, 기술전쟁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전쟁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경영분야에서 지난 100여 년 동안 전쟁이란 틀을 통해 현상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구사하여 승리를 쟁취하는데 이미 익숙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의문이 하나 있다. ‘ㅇㅇ전쟁’이라고 할 때 ㅇㅇ에 해당하는 전쟁의 명칭은 누가 어떻게 명명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6.25 전쟁을 ‘Korean War’로 되어 있고 ‘한국전쟁’으로 번역하고 있다. 대체로 영어권에서는 Korean War, 북한과 일본은 조선전쟁(朝鮮戰爭), 중국은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 등으로 지칭되고 있다. 이런 명칭에 동의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한반도전쟁’, 혹은 ‘(한반도의) 남북전쟁’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름을 짓는 것은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인데 뭔가 원칙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WHO에서 2019년 말 중국 우한시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COVID-19’로 명명했듯이 전쟁의 명칭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우크라이나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실은 반대이지만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일으킨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전쟁’하면 한국이 전쟁을 일으킨 건가 하는 오해를 살지도 모르겠다. 한국(Korea)과 한국의(Korean)는 의미가 다른데 번역하면 그냥 한국전쟁이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전문가의 괜한 걱정인 것 같다.
p.12. 인류는 먹이를 놓고 다른 동물과 경쟁하는 한편,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싸워야 했다. ~ 싸움은 인간 사회의 불가결한 구성 요소다. ~ 다른 인간 집단과의 싸움은 다른 동물을 상대로 한 싸움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p.29. 인간은 변화의 동인이다. 이는 인간이 자기 지역의 상황에 적응하면서 무력 충돌의 양상도 인문 지리에 따라 큰 폭의 변이를 보였다는 뜻이다.
p.169. 온갖 다양한 변수 가운데 하나인 경제적 이익은 전쟁의 원인이자 수단이었다.
p.220. 전쟁은 계획된 활동이라기보다는 경로와 결과가 불확실한 경쟁 과정을 통해 차츰 모습을 갖춰가는 활동에 더 가까웠다.
p.231. 군사 체계의 적용성을 판단할 때 중요한 개념이 목적 적합성이다.
p.365. 과거에도 그랬듯이, 전쟁과 그것의 미래를 더 확실히 파악하려면 서양을 벗어나 훨씬 멀리까지 볼 필요가 있다.
p.377. 전쟁은 ‘총력’이라는 틀과 ‘포맷’ 안에서 벌어지는 집단 간 투쟁이 되며, 여기서 전투원들은 정규군이거나 정규군과 싸우는 동시에 칼과 낙인을 휘두르며 아기들을 살해하는 폭도가 된다.
p.392. 어떤 유형의 군대라도 장기적으로는 실패한다고 볼 수 있다.
p.392. 현대전의 선진 무기를 생산하는 모판으로서 군산 연계 또는 ‘복합체’에 방점을 찍으면 이 과정은 한층 더 진전된다.
p.404. 전쟁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인식이다. 그래서 인식과 결부된 문제, 재현 문제에 필연적으로 주목이 쏠린다.
p.405. 무력은 전쟁에서 핵심 요소다. 전쟁은 변화의 단순한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라, 더 변화무쌍하고 광범위한 활동이자 경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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