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전영수, 블랙피쉬, 2022.
“미래를 읽는 눈은 결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체계적 훈련과 끈질긴 사고는 물론 지적 호기심과 열정이 필요하다. 또 추측보다는 예측이 좋다.”
“숫자의 양적 변화만큼 기호의 질적 변화도 인구 변화의 핵심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인구 변화의 현실과 본질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더불어 인구 변화발 트렌드를 포착해 개인과 조직의 미래를 열어젖히는 쓸모 있는 참고 자료”다. 인구 트렌드는 인구의 변화, 즉 추세 혹은 경향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인구 변화에 대한 어떤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주제에서 벗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다양한 대책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얻기에는 충분하다. 인구 변화를 오랜 기간 추적하고 연구한 저자의 통찰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인구 변화에 대해 대략 2020년을 기준으로 특성을 요약하면, 합계출산율은 0.8명, 1인 가구는 900만 호로 39%, 중위 연령은 43세, 출생자수 27만 명이다. 2025년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 2117년에는 총인구 1,500만 명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데이터에서 느껴지는 인구 변화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위기다. 한반도의 어두운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마음을 먹고 노력한다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
그동안 동세대분석은 베이비부머세대, X세대, M세대, Z세대 등으로 집단을 구분하고 그에 다른 집단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쩌면 서양에 분류한 기준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 저자는 베이비부머에 대해 “뚜렷한 출산율 하락이 시작된 1975년까지를 포함해 1955년부터 20년을 실질적인 인구학적 돌출 집단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1955~1975년 베이비부머를 합하면 1,7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2020년부터 20년간 고령인구로 들어서면 사회・경제적 후폭풍은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이를 중년(기존의 베이비부머세대와 X세대)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1,700만 명의 인구 집단에 대해 소비집단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인구 변화에 대해 기존의 인구 증가 대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인구 증가가 아니라 인구 감소 저지가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 한다. 이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다. 적정인구 등 여러 논제들이 있지만 인구 감소는 선진국의 일반적인 현상이고 이민을 받아들이는 데 대한 저항이 큰 상황에서 인구 감소를 상수로 두고 한반도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한다.
지역 활성화와 로컬리즘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지역의 내생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타당한 견해다. 저자는 지역 발전을 “실행할 자생적 에너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라고 했다. 그동안 국내의 지역 발전은 중앙정부 시각의 외생적 지원에 그쳤다. 토건사업으로 그리고 과대 수요예측으로 세금을 낭비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른 사례는 아니지만 그 사례의 하나로 ‘대구경북신공항’을 생각해 본다. 소멸 위험 지역 1순위에 들어가는 경북 군위와 의성 경계지역에 대구공항을 이전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광역시나 경상북도의 관련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공항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제시되어 있다. 수요예측이 어느 정도 들어맞을지 심히 걱정된다. 과연 공항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다룬 인구 변화를 반영해 볼 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공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령공항이 될 것 같다. 이 공항으로 지역명은 살아남을지 모르나 그 지역의 주민들이 얼마나 공동체를 이루어 즐거운 삶을 살아갈지 전혀 예상이 안된다. 한마디로 자생적 에너지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구 변화에 대해, 시장의 변화에 대해, 그리고 인구 변화로 인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주거, 산업, 일자리 등에 대해 관심 있는 마케터, 상품기획자, 공무원 등이 읽으면 좋겠다. 기업도 국가도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한다. 미래를 준비한 상품이나 정책이 현재의 고객이나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획을 해야 한다. 미리 준비해야 새로운 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 저자는 “인구 추세를 확연히 벗어난 미래 경로란 거의 없다.”라고 했다. 예정된 미래 경로를 바꾸는 방법은 지금 제대로 된 방향으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에는 특징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전체적으로 단문이 많다. 예를 들어, 274페이지의 한 문단(단락)은 6줄로 되어있다. 문장은 무려 8개다. 문장이 짧기 때문에 호흡이 짧다. 즉, 술술 잘 읽힌다. 둘째, 문장에서 운율을 느낄 수 있다. 즉, 글을 읽을 때 느껴지는 가락(리듬감)이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의 중년은 내일의 노년이다.”, “한국의 앞날은 농촌의 오늘이다. 지방이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 “숫자의 양적 변화만큼 기호의 질적 변화도 인구 변화의 핵심이다.”, “누구의 실수도 아니나 모두의 잘못이다.” 등과 같이 시의 운율을 연상하게 된다. 이상 두 가지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글쓰기의 훌륭한 교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p.8. 인구통계는 미래를 읽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료다.
p.10. 인구 추세를 확연히 벗어난 미래 경로란 거의 없다.
p.13. 이 책이 인구 변화의 현실과 본질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더불어 인구 변화발 트렌드를 포착해 개인과 조직의 미래를 열어젖히는 쓸모 있는 참고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p.21. 변화란 늘 예고를 앞세워 나타난다. 따라서 큰 현상을 만들어낼 작은 조짐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p.23. 미래를 읽는 눈은 결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체계적 훈련과 끈질긴 사고는 물론 지적 호기심과 열정이 필요하다. 또 추측보다는 예측이 좋다.
p.28. 고도성장과 인구 증가가 끝난 만큼 아파트 가격의 고공 행진은 계속되기 힘들다.
p.28. 2020년 1인 가구(906만 호)는 39.2%까지 늘었다.
p.29. 인류 역사 초유의 0.8명대 출산율(2020년 0.84명)은 한국 사회의 제반 구조를 과격하게 전환하라 요구한다.
p.29. 2020년 출산과 사망이 엇갈려(데드크로스) 마이너스를 기록했듯 기존 체계의 수급 구조는 하나둘 역전되기 시작했다.
p.30. 중위 연령은 1997년 30.3세에서 2020년 43.7세로 높아졌다. 2031년 50세를 넘어서고 2070년이면 62.2세까지 높아질 전망이다(통계청(2021),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
p.53. 돈으로 풀겠다는 건 틀린 해법이다. 1983년 인구 유지선(2.1명)을 깬 후 40여 년에 걸쳐 반등할 기미 없는 추세 하락은 재정 인센티브로서 출산 장려가 의미 없음을 뜻한다.
p.66. ‘인구 변화 → 소비 변화 → 시장 변화 → 사업 변화’는 닥쳐올 미래 시장을 읽어낼 핵심 고리다. 다만 누구나 알고 싶되 아무나 알기는 힘들다. 인류가 처음 걷는 낯선 길인 데다 그마저 한국이 맨 앞에 선 까닭이다.
p.70. 그림. 자연 감소 전환 연도
p.84. 인구 감소는 곧 고객 감소를 의미한다. 기업으로선 인구 감소 속 고객 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p.87. 출생아 수 정점인 1971년생(102만 명)도 벌써 50줄에 들어섰다. 2020년에 태어난 출생자 수는 27만 명까지 떨어졌다.
p.91. 아직은 중년사회다. 20년간(1955-1975년생) 집중적으로 태어난 1,700만 명의 베이비부머 덕분에 한국 사회를 떠받칠 허리는 두껍고 강하다. 그렇지만 오늘의 중년은 내일의 노년이다.
p.92. 한국은 2025년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p.102. 4070 세대를 중년으로 본다면 사실상 현역 소비의 연장과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늙지도, 아프지도, 외롭지도 않은 신인류란 얘기다.
p.105. 뚜렷한 출산율 하락이 시작된 1975년까지를 포함해 1955년부터 20년을 실질적인 인구학적 돌출 집단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1955~1975년 베이비부머를 합하면 1,7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2020년부터 20년간 고령인구로 들어서면 사회・경제적 후폭풍은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다.
p.132. 서울 포함 12% 면적의 수도권에 총인구의 52%가 거주한다.
p.133. 농촌이 서울을 떠받친다는 점에서 생태계의 건강한 연결망이 중요하다. 답은 ‘로컬리즘’이다. 한국의 앞날은 농촌의 오늘이다. 지방이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
p.135. 하드웨어적인 토건 사업 위주라 일부만 단발 수혜를 입을 뿐 대다수의 순환 경제는 실현하지 못했다. 허술한 수요 조사로 사업 이후 흉물로 방치되고 추가적인 운영비까지 내는 곳이 부지기수다.
p.135. 중요한 건 주민의 행복을 담보하느냐 여부다. ~ 대안은 행정 주도형 하향식보다 주민 참여형 상향식이다.
p.135. 지역 활성화는 ‘지역’이 중심일 때 바람직하다. 기획도 실행도 평가도 지역이 주체로 참여할 때 효과적이다.
p.136. 자치 분권이 이뤄져도, 로컬리즘이 선택돼도 이를 실행할 자생적 에너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 번거롭고 힘들지만 다양한 이해관계를 공론화해 타협・조율하는 결정 구조가 로컬리즘의 전제 조건이다.
p.142. 약 100년 후(2117년) 한국 인구는 1,510만 명까지 줄어들어 229개 기초지자체 모두 소멸로 진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p.148. 숫자의 양적 변화만큼 기호의 질적 변화도 인구 변화의 핵심이다. 달라진 인구의 달라진 욕구에 주목하는 게 좋다.
p.173. 많은 변화를 관찰해 보면 빠지지 않는 공통 현상을 포착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1인 가구’가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출산율은 떨어지며 가치관은 변화하는데, 그 결과가 1인화로 압축되는 까닭이다.
p.175. 정해진 미래이자 예고된 힌트다. 따라서 ‘집의 재구성’은 필수다. 그 재구성의 페르소나가 1인 가구다. 인구 변화는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다. 전략 수립의 토대에 가깝다.
p.205. 누구의 실수도 아니나 모두의 잘못이다.
p.207. 고령사회로 향하는 버스는 이미 출발했고 간병 수요의 급증은 정해진 미래다. 그토록 원하는 것이 재택 간병이라면 집의 가치와 기능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게 맞다.
p.219.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절대 지배종이 아니다. 46억 년의 지구사 중 끄트머리에 출현한 후속종이다.
p.232. 선진국은 대부분 정책 목표로 인구 증가보다는 감소 저지를 선택 했다. 목표가 ‘덜 떨어지게 하기’라면 정책 내용은 달라진다. ~ 낳으면 돈 주는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낳을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식이다.
p.240. 19세기 교재로 20세기 교실에서 21세기 학생을 가르쳐서는 곤란하다.
p.252. 인구 규모를 유지하며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사회는 공통적으로 이민을 확대했다.
p.291. 인구 감소의 양적 한계를 인재 혁명의 질적 향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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